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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야그/오 름 야 그

한라산 정상 등반기 - 20081030

by 오름떠돌이 2008. 10. 30.

한라산 백록담(성판악코스)                2008년  10월  30일

 

 

처음(2007년 10월 30일) 오름 등반을 계획하고...  작정하여 오름트래킹을 시작한지 벌써 1년 ...... 애초 계획은 제주의 모든 오름을 정복(?)하고 마지막으로 한라산 정상을 등반하리라 계획을 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조바심(?)이 생기고 나름대로 체력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한라산 정상에 대한 끝 없는 갈망에.... 그리고 최근 나 자신에 대한, 그리고 나의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 생겨 한라산 정상으로의 등반 일정을 앞 당겨 무모한(?)도전을 하게 되었다. 막상 실행에 옮기자니 조금 겁(?)이 나서 후배와 불로초님을 꼬드겨 같이 산행을 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금융위기다 뭐다 하며서 연일 메스컴에서 떠들어 대는 것도 있지만, 울 회사도 경영난에 처해 위기인 상황이다. 어제 대표자와의 면담을 하면서  회사의 앞날을 얘기하면서 내게 하는 얘기를 들으며 .....

  

" 아~ 나도 이젠 회사를 떠날 때가 됐구나 "

 어제 저녁 와프와 그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  " 내일 새벽에 한라산 정상을 오르고 나서 나의 결심을 얘기해 줄께 "

 

그리고 오늘 새벽 2시 .... 한라산 정상으로의 기나 긴 여정을 시작한다.... 나 자신의 .... 그리고 우리 가족의 ...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새벽 2시 알람을 맞춰 놓은 핸드폰이 울린다... 졸린 눈을 비비며 대충 씻고.... 준비하고 약속장소로 향한다. 2시 30분 .... 3시에 만나기로 했지만 다들 일찍나왔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성판악 주차장으로 출발......

  

3시 10분 성판악 주차장 도착.... 출발하려는데 내 플래쉬가 말썽을 부린다.....  왕 짜증 ...  나 땜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ㅠㅠ

  

3시 28분,  성판악 주차장 출발....

  

보이는 건 발밑에 보이는 플래시 불빛   뿐 ..... 직경 1m의 플래시 불빛의 중앙을 밟으며 주위의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해치며 걷는다.....

  

앞에가는 후배, 뒤에 따라오는 불로초님... 다들 말이 없다...... 서로의 간격은 20여 미터.....   얘기를 할 간격도 아니다.... 그냥  서로가 자기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을 뿐.....

  

 

나는 왜 이 시간에 아무도 없는 산길을 걷고있는가? 2Km도 핵핵대며 걷던 내가  20km의 산행을 계획하게 되었는가? 다들 깊은 잠에 빠져드는 이 시간에 나는 왜 이 시간에 땀흘리며 산길을 걷고 있는가?

  

답이 없다....   그냥 걸을 뿐......   정상에 가면 대답을 얻기를 기대하며 마냥 걸을 뿐..........  

 

아무도 말이 없다 .... 그냥 걷기만 ..... 

 

새벽 5시.....   성판악 코스의 중간 지점에서 처음으로 휴식..... 처음으로 서로의 얼굴을 본다....   다들 땀으로 젖어 있고....  하지만 지친 기색은 안 보인다... 준비해 온 간식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아무도 말이 없지만 .... 다시 출발.... 

 

 

  

 

또다시  기나긴 침묵이 이어진다.    서로의 거리는 대략 20여m정도,  앞에가는 불빛을 보며 뒤에 오는 불빛을 보며 서로의 존재를 느끼다.....

 

나는 나 대로 상념에 잠긴다.

 

발 밑은 돌발길을 헤매며 걷고 있지만 머리 속에는 오만가지의 생각이 떠오른다..... 내 미래는?....  당장 내일은?..... 

해답이 떠 오르지 않는다.....

 

새벽 5시 40분....  진달래밭 휴게소 도착.... 다시 휴식.....   화장실 다녀 오고.......준비 해 온 쵸코렛 하나씩 먹고 다시 출발.....  

여명이 밝아온다.... 이제는 플래시 없이도 걷기 시작한다. 

 

조금씩 다리가 저리기 시작한다....   "이 자리에서 주저 앉으면 기나긴 잠으로 빠져들텐데...."

  

 

 

저 멀리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힘을 내야지 ....   "고지가 바로 저긴데....." 

  

 

 

앞으로 800m......     정상이 멀지 않았다...

다리는 저려 오고, 졸리고 힘이 들지만.....   가야지..... 내 목표를 위해서...... 

 

 

  

사진 찍는다는 핑계로 뒤돌아서 찍은 사진..... ㅠㅠ 

 

 

 

새벽    7시......드디어  정상이다.....     3시간 30분 동안  어둠과 피로와 싸우며 올라온 정상이다. 제주에 살면서 세번째 오르는 정상이다.

 

전에는 윗세오름으로 올랐지만 성판악으로는 처음으로 오르는 정상이다..... 만약 옆에 후배가 없었더라면 엎드려 울고 싶은 그런 심정이었다.....  

 

지금 이 순간 내 머리속에는 아무런 생각도 없다.....      추위도 .... 그 어떤 소원을 빌기도....  단지 정상에 올랐다는 그 희열 뿐.....

제주의 .....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봉에 올랐다는 그 생각 뿐....

 

 

 

 

 

 

 

 

잠시 후 마음이 진정되고..... 사진 좀 찍고.... 그런데.....  추위가 밀려든다.....  엄청나게 춥다... 조금전의 희열은 온데 간데 없고 ... 추워 죽겠다...    ㅠㅠ 

 

후배 사진 찍어주기도 귀챦다...  ㅠㅠ  빨리 내려가야지.....

 

  

그 와중에 블로그 기자 정신을 발휘하여 블로초님 사진 찍는 모습도 좀 담아주고..... ㅎㅎ

 

 

  

비록 해는 떠 버렸지만   구름사이의 해 사진도 좀 찍어 주고....

 

 

 

불로초님 사진도 한 방.... 

 

 

  

바람이 안 부는 곳을 찾아 아침(?)을 먹는다..... 불로초님이 어젯밤 11시에 만든 김밥으로 아침을....

 

 

 

 

뜨거운 커피를 마셔도.....   춥다......  흐르던 땀이 식어가며 더욱 추운 것 같다..... 뛰듯이 내려와 진달래밭 휴게소에 도착했더니 이제는 땀으로 덥다....  ㅠㅠ

 

 

 

 

 

진달래밭 휴게소에서 바라 본 백록담.

 

  

 

하산길은 너무나 지겹다. 오를 때는 정상에 대한 기대감 땜에 지루한 줄을 몰랐는데, 내려오는 길은 너무나 지겹다..

 

 

  

10시 20분 성판악 주차장에 도착했다. 6시간 50분만의 한라산 등반..............    8-9시간의 한라산 등반로를 7시간 이내로 주파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도 하지만,.....나름대로 20여 km의 등산을 완주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며 한라산 등반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