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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야그/오 름 야 그

밝은오름, 볽은오름

by 오름떠돌이 2025.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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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도장깨기를 하다보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비고가 낮은 오름들에게 눈이 가기 시작합니다. 한림 애월쪽에 밝은오름이 셋, 안덕면에 하나 있는데 오늘은 한림읍 상명리 밝은오름, 애월읍 봉성리 가메오름, 한림읍 금악리 밝은오름, 안덕면 동광리 밝은오름을 목표로 정하고 출발합니다.

 

네 오름들 모두 비고도 낮고 유명하지도 않아 길이 없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상명리의 밝은오름을 제외하고는 모두 답사 수준으로 산행을 마쳤습니다. 억새가 너무 거칠어서 겨울에 반드시 다시 오기로 나 자신과의 굳은 약속으로 산행숫자를 추가해 봅니다.   

 

출처 : 김종철의 오름나그네(1995)

볽은오름- 한림읍에 동명(同名)의 오름이 셋

 

한림읍에는 볽은오름이라고 불리는 오름이 셋 있다. 지도에는 이름에 올라 있지 않지만 상명리와 명월리 그리고 금악리에 하나씩, 비고 20m 안팎이거나 40m쯤 되는 나직한 오름들이다. '붉다'는 제주방언으로 남아 있는 밝다(明)의 옛말로서, 묘비에 표기된 한자 이름도 세 오름 모두 明岳(명악)이라고 돼 있으며 아예 한글로 볽은오름, 또는 밝은오름이라고 적힌 묘비도 있다. 이름의 유래에 대하여는 산 모양이 달같이 환하고 반반하게 생긴 데에 연유한다고 전해진다.

 

상명리의 볽은오름은 마을 북서쪽 망오름(느지리오름) 남서록에 잇닿아 있다. 표고 183m이나 비고는 20여m밖에 안 되는 자그만 오름이다. 완만한 사면에는 밭들이 들어서 있으며 소나무가 자라기 전에는 둥그스름한 풀밭 봉우리였다고 한다.

 

허리가 맞닿은 망오름과는 고갯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 지형상 두 오름은 고갯마루에 의해 서로 연결된 상태이다. 말하자면 볽은오름은 망오름 남봉에서 흘러내린 등성이가 끝에 가서 봉곳이 솟아오른 봉우리인 것이다. 따라서 화구가 없으며, 이는 별개의 독립봉이라기보다 망오름에 딸린 알오름이라 할 수 있다.

 

명월리의 볽은오름은 일명 명월오름(明月岳)으로, 明月臺(명월대)와 팽나무 군락으로 널리 알려진 명월리 중동에서 남동으로 1km 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거리상으로는 동명리의 문수물(문수동)에서가 가깝다.

 

한림~금악간 도로 중간쯤에 위치한 문수물마을은 '문수물'이라 불리는 샘이 흐르고 있어 이것이 그대로 마을의 옛이름으로 남아 있으며 가까이엔 옛날 文殊庵(문수암)이라는 절이 있었다. 조선조 중엽까지도 이름있었던 몇몇 고찰중의 하나로, 지금은 밭이 돼 있는 그 옛터에 문수암터라는 지명이 붙어 있다. 문수물과 문수암은 호칭상 관련이 있는 듯싶다.

 

문수물(샘)은 냇가의 팽나무 노목 밑에서 솟아 흐르고 있으며 볽은오름은 내 건너 언덕에서 약 300m 거리에 가로누워 있다. 표고 149m에 비고 40m 안팎. 부드러운 잔디밭이 완만한 기복으로 이어지는 등성마루에 듬성듬성 소나무가 서 있고 야트막한 말굽형 화구가 아늑한 분위기를 더해 준다.

 

남서향으로 넓게 벌어진 이 구부리는 중간에서 남향으로 바뀌며 좁아지고 기슭 쪽에선 골짜기가 되면서 급전환, 서~북서록으로 돌아, 문수물을 낀 내외는 반대쪽의 내로 들어간다. 오름을 양쪽으로 싸고 흐르는 이들 두 마른 내는 알고 보면 북서쪽에서 합류, 명월마을에 이르러 맑은 시냇물로 바윗돌 사이를 굽이쳐 흐르면서 명승 명월대의 홍예다리로 들어가는 내이다.

 

 

오름 남쪽은 구릉지대로 이어지고 가까이에 방주오름(또는 방지오름)이라고 불리는 자그만 오름이 있다. '방주' 또는 '방지'가 무슨 뜻의 말인지는 어원 미상이며 묘비의 한자 표기는 방제악(芳齊岳) 방저악(放猪岳) 등으로 돼있다.

 

표고 163m에 비고는 크게 잡아도 10여m. 워낙 낮고 작아서 둥덩산같이 둥글넓데데한 게 촐왓(꼴밭) 언덕이나 다를 바 없으며 5,000분의 1의 세밀한 지도가 아니면 이름이나 높이는 물론, 산 모양도 나타나지 않는다. 완만한 사면에 충충밭이 경작되고 있을 뿐 이렇다하게 두드러진 건 없으며 금부리가 생길 만한 지형도 아니다. 이런 것도 오름 축에 끼는가 싶지만 어엿한 오름 칭호를 가진데다 북녘 자락에도 '방주오름왓'이란 이름이 붙어 있다. 수백을 헤아리는 오름들 가운데는 이와 같이 기생화산으로는 보기 힘든 것들이 적잖이 끼여 있다. 기생화산들을 오름이란 토박이이름으로 부르기는 하지만 어느 오름이나 다 기생화산은 아닌 것이다. 오름으로 불리는 수많은 산의 대부분을 기생화산이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방주오름도 명월리에 속하며 남동녘 자락이 괴술마을이다. 지금의 고림동을 말하는 괴술(괴수풀)이란 옛 이름은 옛날 이곳 숲에 괴(고양이)가 살았던 데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한림에서 동광 육거리로 향할 때 문수동 다음 거치는 마을이며 이 다음이 금악리이다. 금악리의 볽은오름은 이시돌 로터리 북동쪽, 서부산업도로로 연결되는 도로 중간쯤의 벌판에 외따로 누워 있다. 한라골프장 북서쪽이 된다.

 

표고 380m 중산간지대라 해발고도는 높아지기 마련이지만 산 자체의 높이(比高)는 불과 15m 정도이다. 반달 모양의 나직한 등성마루가 북향으로 벌어진 굼부리를 싸안고 완만하게 구부러져 말굽형을 이룬다. 두어 그루 헐벗은 나무가 쓸쓸히 서 있을 뿐, 환한 얼굴의 아담하고 다소곳한 잔디밭 오름이다. 이래서 볽은(밝은)오름이라 했을 것이다. 묘비의 산명 표기 역시 明岳(명악)으로 돼 있다.

이시들목장이며 마을 공동목장이 드넓게 펼쳐진 한복판에 숨을 곳도 가릴 것도 없이 자그만 알몸을 드러낸 이 오름의 하이라이트는 오후의 햇빛을 받아서 빛나는 눈부신 밝음이다. 멀리서 보는 그것은 을씨년스런 황야를 가는 나그네에겐 황금빛 아름다운 꿈의 오두막으로 다가온다.

 

애월읍 상명리 밝은오름

 

한림읍 금악리 누운오름과 애월읍 봉성리 가메오름

 

한림읍 금악리 밝은오름

 

안덕면 동광리 밝은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