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금 / 시인 / 문필봉 / 대장부처럼 살아가기 / 서귀포신문
대장부처럼 살아가기
문상금/시인
<문필봉> 2014년 07월 26일 (토) 09:32:37 문상금 webmaster@seogwipo.co.kr
삽화/김품창 화백
향기로운 치자를 선두로 하나둘 꽃들은 피어나고 장마는 시작된다. 짙은 안개 속에 채송화, 도라지, 부용, 다알리아, 봉숭아, 실유카 그리고 코스모스와 국화의 작은 꽃송이들을 바라보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다. 막바지에 다다른 블루베리 수확을 대견해하며 그래도 여전히 할 일은 많다. 여섯시 삼십분, 세 딸애들은 분분히 학교로 가고 애들 아빠와 나는 농장으로 가서 간단히 준비해간 아침밥을 먹는다. 커피를 마시고 한 시간 정도 잡초 제거나 전정, 삼목들을 하고 다시 나는 씻고 일터로 향한다.
마흔 다섯 살에 우리 부부는 이십년 넘게 재직한 직장을 미련 없이 명예 퇴직을 하였다. 그리고 각자 원하는 일을 탁월하게 선택하여 꾸준하게 해나가고 있다. 농사경험이 전혀 없었던 애들 아빠는 귀농을 하여 블루베리 농장을 가꾸어 꾸준한 수확을 늘려가고 있다. 나 또한 벌써 오 년째 새로운 직장을 열심히 다니며 시창작을 비롯한 문화 예술 활동 및 시낭송이나 공연 사회자, 작가의 산책길 해설사 그리고 미술관 팀장 업무까지 정말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온통 풀가동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없이 분주하면서도 또한 즐거운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터닝 포인트인가.
가끔 맹자의 등문공 편을 읽어 본다. 그 중에 내가 즐겨 읽는 대장부론 이 있다.
맹자의 대장부론
거천하지광거(居天下之廣居)
입천하지정위(立天下之正位)
행천하지대도(行天下之大道)
득지여민유지(得志與民由之)
불득지독행기도(不得志獨行其道)
부귀불능음(富貴不能淫)
빈천불능이(貧賤不能移)
위무불능굴(威武不能屈)
차지위대장부(此之謂大丈夫)
천하의 넓은 곳에 거처하고
천하의 바른 곳에 서고
천하의 큰 도를 행(실천)하여
뜻을 얻으면(이루면) 많은 사람(백성)과 함께 하고
뜻을 얻지 못해도(이루지 못해도) 홀로 그 도를 실천하여
부귀(영화)도 마음을 어지럽히지 못하고
빈천해져도 마음을 바꾸지 않으며
위세와 무력에도 굴복하지 않으니
이런 자를 대장부라 한다.
공자가 태어난 지 약 180년 뒤에 태어난 맹자가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인간형은 대장부였다. 여기서 대장부란 자신이 옳지 못했을 때는 하찮은 걸인에게라도 무릎을 꿇을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성선설을 주장했던 맹자의 철학사상은 공자의 가르침을 확충해 재해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공자는 인간의 기본적인 덕목으로 인(仁)을 가르쳤고 맹자는 성선설을 사상체계의 핵심으로 삼았다. 이것은 바로 인(仁)의(義)예(禮)지(智)라 할 수 있다. 맹자가 주창한 성선설은 수천 년 동안 중국 사상가들 사이에서 끊임없는 토론의 주제가 되어왔다. 맹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이 직관적 지식과 직관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가르쳤고 개인의 덕성함양은 자신의 마음을 수양하는 데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마음을 최대한으로 수양한 사람은 자신의 성품을 안다. 자신의 성품을 안다는 것은 하늘을 아는 것과 같다. 고 할 수 있다. 오랜 세월 맹자는 공자 다음의 성인으로 존경을 받아 왔다.
그리고 훌륭한 자식이 있으면 뒤에는 꼭 더 훌륭한 어머니가 계셨으니,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와 단기지교(斷機之敎)의 일화는 자식의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셨던 홀어머니의 사랑과 교육의 열성을 의미한다. 어떻게 보면 대장부 같았던 어머니였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맹자의 어머니는 수천 년 동안 전형적인 어머니상으로 숭배되어 왔음은 물론이다.
결국 맹자가 말하는 대장부란 호연지기의 지대지강한 마음을 갖고 있는 자이다. 리보다 의를 추구하는 자이며 또한 나눌 줄 아는 자, 사회적 책임을 갖고 있는 자이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인의예지의 본성을 회복해 나가는 자라 할 수 있다.
나도 대장부처럼 살아가고 싶다. 아니 진정한 대장부가 되고 싶다. 어느새 사십대 후반을 질주하고 있는데, 공자는 사십대를 정의하기를 불혹(不惑) 이라 하였으며 맹자는 부동심(不動心) 이라 하였다. 세상살이가 가볍지 않고 때로 절망케 하기도 하지만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내가 선택한 길을 갈 것이다. 바른 것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이제 오십이 될 준비를 한다. 백 살의 딱 절반 오십 살이 되면 또 다른 터닝 포인트를 찾아 대장부처럼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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