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문상금 / 서귀포 사랑 / 문필봉 / 서귀포신문
서귀포 사랑
<문필봉>시인 문상금
2014년 03월 24일 (월) 09:30:54 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삽화/김품창 화백.
매달 첫째 주 화요일이면 이중섭거리 예그리나 찻집에서 숨비소리 시낭송회가 열린다. 오늘도 변함없이 낯익은 얼굴들 아니면 처음 우연히 오신 분들 이십 여명이 하나가 되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창 밖엔 꽃샘 바람이 매화꽃잎을 흩날리게 하였다. 짙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봄에 대한 시(詩)를 낭송도 하고 노래를 부르고 오카리나도 연주하였다.
누구는 김용택 시인의 ‘ 참 좋은 사람’ 이라는 시를 수줍게 낭송하였고 유치환의 ‘행복’ 이라는 시도 눈 지긋이 감고 전문을 암송하였다. 나는 최근에 쓴 ‘돌매화’를 낭송하였다. 서울에서 오신 사업가 한 분은 시낭송을 부탁 드렸더니, 선뜻 노래 한 곡을 신청하셨다. 어떤 곡일까 귀 기울이는데 그 노래는 바로 강 사랑 작사 나 화랑 작곡 그리고 가수 송 민도가 불렀던 바로 ‘서귀포 사랑’ 이었다.
“초록바다 물결 위에 황혼이 오면
사랑이 지고 새는 서귀포라 슬픔인가
님 떠난 밤 부두에 울며 불며 세울 때
칠십리 밤 하늘에 푸른 별도 섧더라
그리워도 보고파도 아득한 바다
물새도 울며 새는 서귀포라 눈물인가
동백꽃 꽃향기에 휘감기는 옛 추억
칠십리 해안선에 서리서리 내린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노래를 들으며 잔잔한 감동이 일었다. 그야말로 나는 서귀포 붙박이라 할 수 있다. 서귀포에서 태어나 서귀포에서 사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서귀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자부하였었는데 더구나 이 곳 태생도 아니면서 그러나 아주 진지하게 ‘서귀포 사랑’을 부르는 중년의 아저씨를 바라보며 참 인상 깊었고 생각이 많아졌다.
봄비 촉촉한 돌담길에 동백꽃들이 수북이 떨어져 있다. 한참을 바라보다 눈길을 돌리니 오래 묵은 먼 나무에 빨간 열매들이 탱탱 달려있다. 항상 낯익은 일상의 풍경들이고 마치 오래 입은 낡은 옷처럼 너무나 편안함을 느낀다.
간혹 서귀포 시내 곳곳을 걷노라면 이렇게 익숙하고 편안한 풍경 속에 새롭고 낯선 풍경들이 갈수록 눈에 많이 띤다. 이 곳 정서에 잘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이나 아파트의 페인트칠이라든가 그리고 많은 예산을 투자한 예술작품들이 있어 참 안타깝다.
서귀포의 주인인 시민들의 정서에 잘 융화가 되고 힐링이 되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이었으면 참 좋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과 자연과 작품 사이에 어떤 소통이라든지 공감대가 형성되어 우리 영혼 속으로 녹아들 수 있는 그런 작품들이 신중하게 설치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공감을 얻지 못한 수 천 수 만의 시(詩)들은 읽히지 않고 소멸된다. 각종 문학서적들과 출판물들이 외면당해 버려진다. 따뜻하고 평화로운 정서에 적합하지 않는 그런 작품들이 예술작품이라는 이름아래 당당하게 서 있어 눈과 정서를 어지럽히는 것도 대단한 에너지 낭비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욕심일까. 서귀포는 영원히 따뜻하고 소박한 모습으로 있었으면 좋겠다. 여유롭고 느긋한 그러나 예리한 칼날의 내면을 지닌 서귀포로, 동백꽃 향기에 푸른 별 하나 찬란히 빛나는 그런 생명력 강한 예향(藝鄕)의 서귀포로 끝까지 남았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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