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금 - 사실은 조그만 꿈을 하나 가졌다 - 2011년 2월 26일 - 문필봉 - 서귀포신문
사실은 조그만 꿈을 하나 가졌다
<문필봉> 시인 문 상 금
2011년 02월 26일 (토) 09:39:41 서귀포신문
삽화 이왈종.
쨍하게 내리는 눈발 사이 하얗게 피어나던 매화꽃이 참 기특하였는데 어느 새 찬란한 봄을 몰고 왔는가 싶다. 앞마당에 내리쬐는 봄 햇살이 참 따사롭다.
나이가 마흔 중반에 들면서 참 겁이 많아지는가 싶다. 유독 눈이 많이 내렸던 올겨울, 눈 쌓인 도로의 미끄러짐이 너무나 두려워 아예 차를 세워두고 걷거나 버스를 타고 다니며 일을 보곤 하였다.
깊은 겨울에 장사익의"찔레꽃" 소리를 듣고 싶어 제주아트센터에 갔었다. 순박하고 서러운 찔레꽃이라고 소리 지를 때마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렇지 않아도 늘 봄이 오면 한라산 중산간(中山間) 비탈길을 하얗게 뒤덮어 오는 찔레꽃을 바라볼 때마다 차마 놓지 못하는 한 인연(因緣) 이라고 풀잎 같은 인연이라고 참 서럽고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그 느낌을 충분히 전달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저 평범한 노래가 아닌 척박한 이 세상을 향해 도전장을 던지는 처절한 비명이거나 소리가 아니었을까.
장사익은 마흔 다섯 살에 소리꾼의 길을 가겠다고 모든 것을 떨치고 산으로 들어갔다는데 나는 의욕과 열정은 참 많은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때때로 내 잠을 설치게 한다.
"꿈이 뭐예요?" 가끔 만나게 되는 사람들한테 묻곤 한다. 당혹한 표정이 이내 정색하며 조그만 꿈들을 꺼내어 말하곤 한다. 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다. 화가가 되고 싶다는 사람, 자격증을 따서 취직하여 돈을 벌고 싶다는 사람, 섹스폰을 배워 이른 아침 호숫가에서 불어보고 싶다는 사람, 전 세계를 여행하며 멋진 일들을 부딪쳐 보고 싶다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푸른 꿈들.
이 세상에 꿈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에게는 저마다 크고 작은 꿈과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꿈을 향해 나아가다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든 아니면 신명난 드러머처럼 최선을 다해 드럼을 연주하며 꿈을 이루어 가든 결국 모두 각자의 몫이 되는 것이다.
비밀인데, 사실은 조그만 꿈을 하나 가졌다. 그 꿈을 향해 나의 힘과 열정을 다 쏟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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