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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야그/세 상 야 그

둘째 태림의 장래는? - 20091208

by 오름떠돌이 2009. 12. 8.

몇 일 전 둘째가 영어학원에서 5분 스피치를 했다고 하더니 주제가 미술(만화)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내용인즉

"나는 만화가 좋다, 그런데 아빠는 내가 만화그리는 것을 싫어한다.

웃기는 건 아빠는 인터넷으로 만화보기를 좋아한다.

 

나는 장차 만화가가 되고 싶다 그러려면 만화용 펜(?)이 필요한데,

아빠는 내가 만화가가 되는 걸 싫어해서 사주질 않는다"

 

 

 

 

 

둘째가 만화가가 되겠다고 하자 속으로 뜨끔했습니다.

내 어릴적 꿈도 화가여서가 아니다...  차라리 둘째가 화가가 되어서 내 꿈을 대신 이루어 주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현실은 ...

 

내 딸이 화가가 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예술가가 되어서...   현실에 적응을 못하는 딸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의 마음인 것입니다.

 

 

 

 

 

 

 

그로부터 몇일 후,  둘째와 진지한 대화

아빠 : 태림의 꿈이 뭐야?

태림 : 만화가...

아빠 : ...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고3때 부모님과 다투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머리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부모의 마음과 자식의 마음 사이에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그리고 ...

 

25년 전 부모님의 마음이 지금의 내 마음일까?

25년 전 내 마음의 지금의 내 딸의 마음일까?

 

25년 전에 부모님이 허락을 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변했을까?

25년 전에 내가 고집으로 내 길을 선택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변했을까?

 

 

 

 

 

결론은...

 

내 고집을 택했습니다.

내 인생의 굴레를 딸에게 까지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

 

 

 

조건을 달았습니다.

만화책에 나오는 인형같은 여자애들을 그리지 말고 체계적으로 배워라

만화가가 아니라 미술가가 되어라

미술에는 여러 분야가 있고 그중에 하나가 만화가이니 기초부터 배운 다음 전공(?)은 나중에 선택하라

 

 

 

 

 

 

퇴근 후,   이젠 대 놓고 그림을 그리는 둘째... ㅠㅠ!

그런데 가만 보니 실력이 괜춘허네... ㅎㅎ  

 

 

 

 

 

 

 

 

 

 

 

 

 

25년 전의 실력으로 그려본 내 손입니다.

둘째 딸 앞에서 자랑스레 그리기 시작한게 손이 굳어서... 등에서 식은 땀까지 흘려가며 그린...  

 

 

 

 

 

 

 

 

 

 

 

학교에서 발야구하다 손가락 골절(탈골?)을 당해 기브스까지 하고서도 그림을... ㅠㅠ  

 

 

 

 

 

 

 

 

 

 

 

잠시 밖으로 바람을 쐬다... 가로등 밑의 은행나무가 을씨년스럽기만 합니다.

이런 날은 시원한 생맥주가 딱인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