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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야그/신 문 기 사

문상금 - 불평과 즐거움의 차이 - 20070309

by 오름떠돌이 2007. 3. 9.

불평과 즐거움의 차이


문상금

서귀포신문 2007-03-09


꿈틀꿈틀 기지개 켜는 소도시의 왕벚 나뭇가지 너머 좍좍 갈라진  하늘 사이로 삼월이 다가왔다.


회색의 구름들은 자꾸만 짙어지더니 한 두 방울씩 빗방울을 떨어뜨리고 사라졌다.


막내 딸애의 초등학교 입학식이 있었다. 이젠 손이 좀 덜가겠지 하는 안도감이 앞섰고 솔직히 첫 애 때 처럼 설레고 뿌듯했던  마음이 훨씬 줄어들었다.


나이 따라 세월 따라 아이들에 대한 기대감을 반으로 접는 법도 터득한 때문이다.


그리고 흔히 “진정한 교육은 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라는 말에 깊게 공감하기 때문이다.


모처럼 쉬는 날, 여기 저기  일들을 해결하고 집에 돌아오니 걷잡을 수 없는 피곤이 몰려왔다.


창문을 활짝 열고 잠시 쉴 요량으로 안락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여러 생각들이 돌아다녔다.

마흔 넘으면서는 항상 즐겁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지 그리고 바쁜 세상 따라 같이 미쳐 돌아가지 말아야지 했던 게 바로 얼마전 일이다.


그 초심(初心)은 간 데 없이 사라지고 매일 시간에 �기고 다람쥐 체바퀴 돌듯 메마른 일상들로 채워져  어느 새  마음 한쪽에선 불만족스런 응어리들이 생겨나고 있음을 한없이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는 요즈음이다.

 

 ▲ 삽화/이왈종 화백

 

 

열린 창(窓) 너머 갑자기 투박하고 걸쭉한 아저씨의  노랫소리가 들려와 깜짝 놀랐다.


우리집 바로 서쪽 공터였던 곳에 두 달 전부터 노부부가 아담한 집을 짓기 시작하였는데 벌써 바깥벽에 예쁘고 매끄러운 타일을 붙이고 있었다.


그 서투르면서도 투박한 노랫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그 타일공이었다.


“근심을 덜어놓고 다함께 차차차”타일 공사 내내 노랫소리는 계속되었다.


힘든 일을 하면서도 저리 신나게 주변엔 신경도 안쓰고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이라니, 어떤 가치관의 사람인지 궁금증을  넘어  나중엔 아주 존경스러운 마음까지 드는 것이었다.


얘기 한 토막이 떠올랐다. 어떤 공사장에서 석공들이 돌을 다듬고 있었다. 그런데 한 사람이 불평불만을 터뜨리며 일을 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그것을 이상히 여겨 그 사람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계속 투덜대면서 일을 합니까?” 그러자 그는 정으로 돌을 꽝 치면서 말했다.


“말 마슈,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죽지 못해 하지, 내가 일년 먹을 것만 있어도 이런 짓은 하지 않을 거요”


이번에는 콧노래를 부르며 일하는 석공에게 가서 물었다.


“당신은 뭐가 그리 좋아서 싱글벙글 콧노래까지 부르며 일을 합니까?”


“아, 좋지 않소. 이 돌은 유명한 사원을 지을 주춧돌인데 내가 깎는 이 돌이 작품이 돼 천년만년 길이 남을 게 아닙니까? 그러니 어찌 좋지 않겠소.”


일이 의무인 사람은 인생이 지겹고 일이 보람인 사람은 인생이 한없이 즐거운 것이다.


우리 모두 똑같이 살아가는 인생이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생활의 질은 전혀 달라지는 것이다.


겨울내내 꼭꼭 숨어있던 지친 마음을  꺼내어 저 짙노란 꽃망울이 올라오고 있는 유채밭으로 날려 보내야겠다.


그리고 광기(狂氣)는 아닐지라도 폭풍 같은 생(生)의 열정으로 오롯이 나만의 봄을 맞으러 달려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