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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야그/신 문 기 사

프리허그(Free Hug)

by 오름떠돌이 2011. 12. 31.

문상금 - 프리허그(Free Hug) - 2011년 12월 31일 - 문필봉 - 서귀포신문

 

 

 

                                프리허그(Free Hug)

 

                                                                                                                           <문필봉>시인 문 상 금

                                                                                                20111231() 11:17:51 서귀포신문

 

 

 

 

 

 

 

 

 

                                          삽화/김품창 화백.

 

 

 

 

 

 

 

 

서귀포 길거리에 첫 눈발이 설렘처럼 나부끼던 날, 나는 바다에 있었다. 노루꼬리 마냥 짧은 겨울 해를 찾아 바다 귀퉁이에 차를 세우고 종일 시집을 읽었고 한 구절 한 구절 마치 암호처럼 적혀있는 메모 들을 정리하였다. 간혹 틈틈이 잠을 자기도 하고 그 푸른 바다를 따라 가만히 걸어보기도 하였다. 끊임없이 출렁이며 바다는 내게 달려와 그 깊고 푸른 비밀들을 쏟아내었고 나를 따뜻하게 안아 주었으며 가만히 귀 기울여 나의 종알거림을 들어주었다.

 

 

복잡하고 나날이 변화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최근 확산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프리허그가 아닐까 한다. 프리허그(Free Hug)는 자신이 길거리에서 스스로 Free Hug라는 피켓을 들고 기다리다가 자신에게 포옹을 청해오는 불특정 사람들을 즉 무료로 따뜻하게 안아주는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Free Huggers라 부른다. 프리허그 활동을 프리허그 캠페인(Free Hugs Campaign)이라고 부른다. 일부 장난스럽게 이러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본래적 의미는 포옹을 통해 파편화된 현대인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로운 가정과 사회를 이루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지난 가을에 우연히 홍대 미대생들을 만나게 되었고 여인의 향기 시리즈 3 작품을 깎지도 않고 구입하였다. 몇 개월간 나의 점심값과 용돈이 사라져 버렸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은 것은 무슨 연유일까. 열심히 그림공부를 하여, 선하고 좋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고 싶다는 그들, 그림으로 꼭 성공하고 싶다는 그들의 꿈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나의 학창시절 폭풍의 언덕이라 이름 지은 인문대를 향해 질주하던 긴 머리의 얼굴 하얗던, 문학을 향한 그 푸른 꿈과 열정으로 밤새 시를 쓰고 찢으며 남학생들과 중앙로 까메라따에서 3인 시화전을 열었던 바로 내 모습이 연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미술학도들은 너무 감사하다며 나에게 프리허그를 해주었다. 갑작스런 행동이라 깜짝 놀랐지만 나도 망설이지 않고 꼭 안아주었다.

 

 

 

오랜 세월 바다는 특히 서귀포 바다는 나에게 무한한 에너지를 보내준 바로 프리허그이다. 늘 세상 속에서 지치고 상처 받았을 때, 내 조그만 영혼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었던 그 푸른 바다는 어머니의 품처럼 자궁처럼 나를 늘 따뜻하게 품어주었다. 그 아늑한 품속에서 나는 무한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받으며 조금씩 다시 꿈을 꾸어야 하는 이유 다시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깨달으며 힘을 얻었으며 크고 작은 상처들을 치료받았던 것이다. 그러고 나면 어느새 나는 다시 씩씩해져서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세상 속으로 사람들 속으로 걸어 들어가곤 하는 것이었다. 마치 아무 절망도 없었던 것처럼 환히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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