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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야그/신 문 기 사

[스크랩] 문상금 - 도전 그리고 새로운 길을 걷다 - 20100227

by 오름떠돌이 2010. 5. 19.

도전 그리고 새로운 길을 걷다

 

 

인 문 상 금

 

 

 

 

 

 

 

 

 

요 며칠 안개비가 내렸다. 내가 때로 나서는 길, 강정 바다, 천지연길 ,동부두 ,보목리 바다, 쇠소깎에서 느닷없이 짙은 해무를 만나곤 했다. 치자 꽃이 피려면 한참 멀었는데 마치 유월 장마처럼 눅눅한 물방울들이 내 머리 위로 어깨 위로 내 영혼 깊숙이 차고 들어왔다.

 

연말에 특별명예퇴직을 하고 나서 원래 계획은 푹 서너 달 쉬고 여행을 떠나리라 생각했었는데 차마 떠날 수가 없었다. 이십여 년을 넘게 사무실에 출근하던 버릇이 몸에 배었는지 한 시도 놀 수가 아니 한가롭게 쉬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 것이었다. 아니 오히려 나의 몸을 혹사하는 건 아닐까 하는 정도로 주말엔 남동생네 훼미리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였고 평일엔 새로운 길을 걷기 위해 교육을 받았으며 또 시험을 보았다. 그리고 새로운 직장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낯선 곳에 정을 붙이는 것을 무척 버거워 하는 나로서는 그것은 정말 새로운 용기였고 세상을 향한 도전이었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내 곁엔 좋은 분들이 많이 있었다. 결정을 못하고 뒤치락거리는 나에게 찾아와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며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넌 잘 할 수 있어. 잘 해 낼 거야”무한한 용기를 주셨던 분들, 아주 가끔은 섣불리 시작한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들 때마다 그 잔잔한 말들이 나를 지켜주곤 한다. 내가 처음 시(詩)를 쓰기 시작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詩에 대한 두려움으로 떨고 있는 나에게 은사님은 항상 말씀해주셨다. “이 세상 사람들이 아무도 너의 詩를 안 읽어준다 하여도 나만은 너의 詩를 읽어주고 인정해 줄 것이야” 그것은 여태껏 내가 시작업(詩作業)을 포기 안하는 버팀목이 되었으며 벌써 세 번째 개인시집을 펼쳐내게 된 힘이었다.

 

걷기에 아주 편한 신발을 한 켤레 샀다. 신발을 고르며 이 신발이 닳도록 열심히 뛰어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면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 것이었다. 그리고 좋은 결과들이 많이 생겨났고 신발은 금방 헤어졌다. 지인(知人)이 그것을 본 모양이었다. 느닷없이 저녁에 전화로 불러내더니 금강제화에 가서 맘에 드는 신발을 한 켤레 고르라는 것이었다. 극구 사양했지만 결국은 예쁘고 단단한 신발을 얻어 신게 되었다.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길 그리고 바다를 보러 가는 길목 한 귀퉁이에서 며칠 만났던 안개비처럼 겨울 내내 내가 만났던 것은 바로 멀구슬나무였다. 세월을 오랜 견딘 단단한 몸집으로 노란 멀구슬을 매달고 넉넉하게 서 있는 멀구슬나무를 보면 언제부턴가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지는 것이었다. 그 나무는 아무 동네나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오랜 전통과 연륜이 있는 마을 어귀에 마치 솟대처럼 지켜 서 있는 것이었다. 간혹 그 나무의 상처 너머로 엿보이는 인고의 세월과 오랜 견딤이 나에게까지 무한한 힘으로 전해지기에 이 겨울 내내 나는 바다와 멀구슬나무를 보러 다녔던 것이다.

 

그 나무처럼 나는 상처가 생길지라도 더 강해질 것이며 세상을 향해 단단히 뿌리내릴 것이다.

출처 : 겨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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