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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등산학교 명강사의 족집게 강좌] 복장 - 원종민

by 오름떠돌이 2009. 10. 20.

[등산학교 명강사의 족집게 강좌] 복장 - 원종민

 

“귀찮더라도 움직일 때 벗고, 멈추면 입어라”

 

등산객의 복장을 보면 이 사람이 산을 좀 타는 사람인가 아니면 초보자인가 하는 정도는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산을 가는 횟수가 늘고 산행능력이 발전하면 제일 먼저 변하는 게 복장이다. 이렇듯 산에 한두 번 가보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산에서 어떻게 옷을 입는가’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험하게 된다. 이렇듯 기본적이면서도 간과하기 쉬운 등산 복장에 대해 코오롱등산학교 원종민 강사의 ‘레이어링 시스템’을 소개한다. 코오롱등산학교 원종민 강사는 각종 매체와 기관에서 특강을 했으며 등산이론서를 집필했다.

레이어링 시스템

등산에는 세 가지 기본 기술이 있다. 에너지 보존과 생산·절약 기술이다. 지난 호 강좌 ‘걷기’ 편에서 절약하는 법을 얘기했고 이번 호에서는 에너지 보존 기술을 소개한다.

산악지대의 평균온도는 우리 체온보다 낮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체온을 외부로 빼앗긴다. 에너지 보존 기술은 바로 이 빼앗기는 체온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의류와 야영 장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첨단 기능성 소재의 우수한 등산복이 많다. 그러나 이런 비싼 기능성 소재를 입는다고 해서 에너지 보존 기술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잘 입느냐 하는 것이다. 등산복을 효과적으로 잘 입는 방법을 ‘레이어링 시스템(Layering System)’이라고 한다. 레이어(layer)란 옷의 한 겹, 두 겹의 ‘겹’을 말한다. 그래서 레이어링 시스템을 우리말로 하면 ‘옷을 겹쳐 입는 체계’ 정도가 된다.

어렵게 들리는 레이어링 시스템이란 한 마디로 “움직일 때 벗고, 멈추면 입어라”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반대로 한다. 우리가 산에 열심히 올라갈 때 언제 옷을 벗었던가. 한참 올라가다가 휴식을 할 때 “어휴! 더워” 하면서 겉옷을 벗지 않았던가? 움직이면 당연히 몸에서 열이 나므로 옷을 많이 입을 필요가 없다. 반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는 외부로 체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옷을 더 입어야 한다. 너무 당연한 것인데도 많은 사람이 반대로 옷을 입는다.

특히 겨울에 옷을 반대로 입는 경우가 많다. 춥기 때문에 출발할 때는 우모복까지 입고 가지만 경사가 급해지면 땀에 흠뻑 젖게 된다. 멈춰서 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다시 출발하려면 일행은 저 앞에 가 있을 테고, 그것을 따라잡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겨우 따라잡아 앞서 쉬고 있는 일행을 만나면 그 사람들은 쉴 만큼 쉬었으니 “이제 출발” 하고 일어선다. 그래서 땀이 줄줄 흐르는데도 ‘좀 참고 이따 쉴 때 벗자’는 생각으로 계속 올라간다.

이렇게 모두 같은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땀을 흘리며 올라가다 드디어 휴식을 하면 옷을 벗는데, 여기저기서 뜨거운 수증기를 내뿜는 산속의 찐빵집 풍경이 연출된다. 이렇게 쉴 때 처음에는 시원하지만 땀에 젖은 속옷들이 다마르기도 전에 겨울철의 냉기가 들어와 차갑게 느껴지니 다시 옷을 입고 출발한다. 악순환인 것이다. 반대로 해야 한다.

하지만 움직일 때 벗고 멈추면 입는 레이어링 시스템은 실천이 어려운 기술이다. 그래서 노련한 산악인일수록 특이하게 보일 정도로 수시로 옷을 벗었다 입었다 하며 부산을 떤다. 산의 기후는 수시로 변하고, 우리의 체온도 운동 상태와 컨디션에 따라 변한다. 이렇게 서로 제각각 변해도 우리는 항상 체온을 36.5℃로 유지해야 한다. 이것을 잘 하기 위해서는 정말 귀찮을 정도로 옷을 벗었다 입었다 해야 한다.

‘속옷’, 즉 첫 번째 레이어란?

 

  레이어링 시스템은 속옷, 보온옷, 겉옷으로 되어 있다. 속옷(1st Layer, Base Layer)은 가장 안쪽에 입는 옷으로 피부와 직접 접촉한다. 그래서 촉감이 좋고, 땀을 빨리 흡수함과 동시에 잘 말라야 하고 어느 정도 기본 보온도 담당해야 한다. 과거에는 속옷의 소재로 면을 많이 사용했으나 잘 마르지 않는 결정적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천연섬유건 합성섬유건 땀을 잘 흡수하며 잘 마르는 섬유는 없다. 그래서 섬유를 개발하는 사람들이 폴리에스터란 합성섬유의 미세한 섬유가닥을 특수가공처리해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만들었다. 합성섬유는 물과 친하지 않기 때문에 물분자가 이 굴곡이 있는 표면에 쉽게 달라붙었다가도 오래 붙어 있지 않고 다시 도망가게 된다.

 이렇게 흡습·속건성을 동시에 갖춘 기능성 섬유가 만들어졌으며,  이 섬유는 만드는 회사마다 상표가 달라 우리를 조금 혼란스럽게 하는데 보통

    

▲ 첫 번째 레이어(속옷). 피부와 직접 접촉하는 옷.

‘시원하다, 빨리 흡수한다, 빨리 마른다’ 등의 뜻과 어감을 지닌 이름을 사용한다.

▲ (좌) 두 번째 레이어(보온옷). 첫 번째 레이어 위에 입는 옷. (우) 세 번째 레이어가 아닌 두 번째 레이어.

우모복은 보온기능을 담당하는 두 번째 레이어다.

 

‘보온옷’, 즉 두 번째 레이어란?

보온옷(2nd Layer, Insulation Layer)은 속옷 위에 입는 두 번째 옷으로 보온기능을 담당한다. 보온(保溫)은 온기를 지켜주는 것이지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보온옷은 통기성도 지녀야 한다. 보온효과만 있고 통기성이 없으면 땀이 빠져나가지 못해 불쾌감을 주고 체온 관리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보온이 잘 되려면 외부의 차가운 공기와의 접촉을 가급적 막아야 하며 동시에 통기성도 좋아야 하니 이것은 마치 ‘적과의 동침’과도 같다.

폴리에스터는 가볍고, 따뜻하며, 가공성 등이 좋아 최근에 매우 다양한 등산복 소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폴리에스터를 사용한 대표적인 등산 보온소재는 플리스(Fleece)다. 플리스는 원단 표면에 기계적인 스크래치를 일으켜 마치 양털처럼 올이 부풀어 오르게 한 것으로 단열효과를 주는 공기층을 두껍게 하기에 가벼우면서도 보온효과가 좋다. 아울러 보온옷이 반드시 지녀야 하는 통기성도 매우 우수한데 ‘좀 심하게 우수’해서 바람이 숭숭 들어오기도 한다.

 

‘겉옷’, 즉 세 번째 레이어란?

그렇다고 보온옷에 바람을 막아주는 기능을 추가할 필요는 없다. 바람이나 비, 눈보라 등을 막아주는 기능을 하는 옷은 따로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세 번째 레이어, 겉옷(3rd Layer, Protection Layer)이다. 첫 번째, 두 번째 레이어는 우리 신체와 관계된 옷인 반면 겉옷은 외부와 관련된 옷이다. 외부의 악조건을 차단해 몸을 방호하는 역할을 한다. 방수와 방풍, 그리고 투습 기능을 동시에 갖춘 대표적인 겉옷 소재가 바로 고어텍스다. 그러나 고어텍스 등산복을 올바르게 착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좌) 고어텍스 재킷은 악천후시 입는 옷. 세 번째 레이어다. (우) 방풍재킷. 바람과 약간의 비를 막을 수 있으며 가볍고 가격 부담이 없으며 고가의 기능성 재킷보다 더 실용적이다.

 

고어텍스는 마법의 옷이 아니다

새로 구입한 고어텍스는 물방울이 스며들지 않고 구른다. 비가 와도 스며들지 않고 신기하게 잘 구르는데, 이것을 고어텍스의 기능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잘 생각해 보자. 고어텍스 필름은 원단 안쪽에 코팅되어 있다. 물방울을 구르게 만드는 것은 고어텍스가 아니라 옷감의 표면에 뿌려진 발수제다. 공장에서 물에 강력한 반발작용을 하는 발수제 코팅 처리를 해놓은 것이다.

그래서 고어텍스 의류는 세탁을 하다 보면 발수제가 마모되어 나중에는 물방울이 구르지 않는다. 그러면 물이 원단의 표면에 스며들기 시작하지만 고어텍스가 안쪽에 있기 때문에 안으로 침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몸에서 배출된 땀 수증기는 고어텍스 필름을 통과하지만 원단 표면의 ‘물’코팅은 통과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고어텍스는 투습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그러므로 고어텍스 의류는 항상 표면에 물방울이 구르도록 관리하면서 입어야 한다. 가끔 발수제 스프레이를 뿌려주고 살짝 다림질하면 늘 새 옷처럼 물방울을 구르게 할 수 있다.

또한 고어텍스 외부의 물코팅이 문제이듯이 내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많은 사람이 고어텍스는 땀을 아무리 많이 흘려도 모두 배출시켜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고어텍스의 수증기 배출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가벼운 땀 정도는 배출하지만, 힘든 비탈을 올라가며 흘리는 많은 양의 땀은 다 배출시키지 못한다.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땀의 습기는 이슬맺힘 현상으로 고어텍스 안쪽에 물코팅을 만든다. 문제는 이렇게 한 번 물코팅이 되면 고어텍스는 투습 기능을 상실하게 되어 비닐 우의나 다를 것이 없게 된다. 고어텍스 안쪽에 자기 땀에 의한 물코팅을 방지하려면, 수시로 앞 지퍼를 열고 옷자락을 펄럭여서 땀의 습기를 강제로 빼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겨드랑이 쪽 통풍구 역시 어느 정도 환기를 도와준다.

고어텍스 재킷을 늘 입고 다니는 것도 잘못된 습관이다. 큰맘 먹고 장만한 고어텍스 재킷을 입으면 그럴듯하게 산에 가는 폼도 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집에서부터 입고 나오고, 전철 안에서, 올라갈 때, 쉴 때, 내려와서 막걸리 한잔 할 때도 늘 고어텍스 재킷을 입고 다닌다. 고어텍스 재킷은 외부의 악조건을 막아주는 세 번째 레이어이므로 악조건이 아닌 평상시에 착용하면, 안 입고 있다가 막상 악조건이 닥쳤을 때 입는 것보다 훨씬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고어텍스 재킷을 구입하면 작은 잡주머니가 달려 있다. 고어텍스 재킷은 입고 다니는 옷이 아니라, 이 작은 잡주머니에 잘 넣어 배낭에 휴대하는 옷이다.

옷 입는 데도 기술이 있다

이제 레이어링 시스템을 정리해 보자. 땀 흡수 잘하고 빨리 말라야 하는 속옷(첫 번째 레이어), 보온성과 통기성을 지녀야 하는 보온옷(두 번째 레이어), 그리고 외부 악조건을 차단해주는 겉옷(세 번째 레이어). 이 세 가지 옷의 기능과 개념을 이해했다면 앞으로는 등산복을 구입할 때 내가 몇 번째 레이어를 살 것인가 먼저 결정하고 거기에 적합한 원단을 알아보고, 그 원단을 사용해 잘 디자인돼 있는 옷을 구입해야 한다. 이것이 등산복을 구입하는 합리적인 방법이다. 우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등산복을 모두 꺼내서 방바닥에 펼쳐 놓고 세 가지 레이어로 분류해보면 자신에게 부족한 옷이 몇 번째 레이어인지 쉽게 알 수 있다.

▲ 1. ①+②+②+③ 세 가지 레이어를 겹쳐 입은 복장. 한겨울 악천후시 이렇게 입는다. 2. ①+②+② 속옷과 보온옷 두 개를 겹쳐 입은 복장. 3. 여름 하의는 반바지가 좋다.

 

세 가지 레이어를 효과적으로 겹쳐 입는 기술과 원칙도 있다. 편의상 세 가지 레이어를 ①, ②, ③으로 표현하면, ①은 계절에 관계없이 항상 피부와 직접 접촉하는 제일 안쪽에 반드시 입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땀 흡수와 속건성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입는 등산 티셔츠는 겉에 보이는 옷이지만 기능적으로는 속옷이다. 여기에 추울 때는 ②, 춥지 않지만 비나 바람을 막을 필요가 있을 때는 ③을 입는다. 보온옷 1개로 보온이 부족할 경우, 추가로 1~2개의 보온옷을 더 입을 때도 있다. 그러나 속옷과 겉옷을 2겹 이상 겹쳐 입을 필요는 없다.

②는 맨살에 직접 닿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봄, 가을에 많이 입는 ‘폴라텍 파워스트레치’ 긴팔 상의는 안쪽에 매우 부드러운 기모(플리스)가 있어 맨살에 입으면 촉감이 매우 좋다. 그러나 이 원단은 보온과 통기성이 좋은 두 번째 레이어로, 땀을 잘 흡수하는 기능이 없다. 그래서 속에 첫 번째 레이어를 반드시 입고 입어야 한다.

‘쿨맥스’ 셔츠 속에 면 언더웨어를 입는 것도 잘못된 조합이다. 쿨맥스 셔츠는 고기능의 첫 번째 레이어인데, 그 속에 면을 입으면 쿨맥스의 기능성을 포기한 셈이다.

바지의 경우, 추운 곳에서는 내복+바지+오버 트라우저(덧바지)와 같이 (①+②+③) 레이어를 제대로 갖춰 입지만, 춥지 않은 곳에서는 보통 바지 하나로 속옷과 보온옷의 기능을 함께 이용하는데, 이것은 하체가 추위에 강하고, 땀도 상체에 비해 매우 적게 흘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한여름에는 잡풀이 많은 곳만 아니라면 항상 반바지를 입는 게 좋다. 더불어 한여름에는 장거리 종주가 아니라면 통기성 좋은 경등산화와 목이 짧은 양말을 신는 게 체온 조절에 용이하다.

 

▲ 발라클라바는 날씨와 체감온도에 따라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체온 조절은 머리가 가장 중요하다

겨울 산행시에는 머리 보온을 위해 어떤 모자를 쓰느냐도 중요하다. 머리는 인체의 체온 조절 기능 중 30~50%를 차지한다. 체온 조절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가 머리인 셈이다. 그래서 서양 속담 가운데는 ‘손과 발이 시리면 모자를 써라’ 라는 말이 있다.

머리 보온을 위한 모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지만, 가장 효과적인 머리 보온 장비는 목, 얼굴 그리고 머리 전체에 뒤집어쓸 수 있는 발라클라바(Balaclava·안면모)다. 이것은 흑해 연안 우크라이나 발칸반도의 발라클라바 지방 사람들이 사용한 것에서 유래했다. 발라클라바는 우수한 신축성과 플리스의 보온성을 지닌 ‘폴라텍 파워스트레치’ 원단으로 된 것이 가볍고 보온력도 우수할 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접어 올리거나 내려서 보온 부위를 조절하기에도 편리하다.

이 발라클라바는 땀 배출을 해야 하기 때문에 통기성이 좋지만, 바람에는 매우 취약하다. 발라클라바는 레이어링 시스템의 두 번째 레이어(보온, Insulation Layer)에 해당하므로 외부의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세 번째 레이어(방호, Protection Layer)용 모자가 필요하다. 별도의 바람막이용 모자를 휴대하지는 않고, 고어텍스 재킷이나 우모복에 달린 후드(모자)를 꺼내서 발라클라바 위에 더 쓰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참고로 머리에서 첫 번째 레이어는 머리카락이다.

조금 얇은 발라클라바는 사계절 내내 유용하다. 발라클라바 하나가 보온 스웨터보다 더 나을 수 있다. 만약 발라클라바를 준비하지 않고 동계등산을 나왔다면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 (좌) 체온을 지키고 땀이 흐르는 것을 막는 버프.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우) 반다나형 모자. 차양천은 분리가 가능해 여름에 유용하다.

 

머리는 온도가 너무 올라가도 나쁘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차양이 있는 모자로 강한 햇볕을 가려 머리의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막아 주어야 한다. 머리가 너무 뜨거워지면 중추신경이 마비되어 여러 가지 위험에 빠지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일사병이다. 일사병은 머리가 뜨거워져 땀을 흘리게 하는 신호를 보내는 중추신경이 마비돼 땀을 못 흘리게 됨으로써 신체 내부 온도가 올라가는 것으로 심하면 사망하게 된다.

햇빛과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으로 차양이 뺑 둘러져 있는 모자가 효과적이며, 모자 뒤쪽과 둘레에 반다나(Bandanna) 같은 큰 천이 달린 모자도 좋다. 

원종민의 족집게 포인트

“피부 안 타려고 심장을 괴롭히지 마라”

우리나라 등산인들은 벗는 걸 너무 못한다. 몸이 너무 뜨거운 상태로 산행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여러 면에서 신체적으로 좋지 않다. 사실 한여름에도 조끼나 스카프, 장갑 같은 걸로 몸을 칭칭 감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몸을 해치는 잘못된 복장이다. 특히 주머니가 많은 조끼를 등산복으로 입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숲 그늘이 있는 데서는 모자를 벗는 게 좋다. 더울수록 머리를 차게 해줘야 한다. 아무리 첨단 기능이 있는 특수소재의 모자라도 그늘에서 모자를 벗는 것만큼 시원한 건 없다. 사실 ‘등산의 복장’에 있어 큰 노하우는 없다. 산 좀 탄다 하는 사람들이면 다 알고 있는 것들이다. 결국 귀찮아서 안 하는 것이다. 실천이 중요하다. 노련한 산악인일수록 얇은 옷을 수시로 입었다 벗었다 한다.

북한산 같은 근교 산에서 잘못된 복장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그걸 지적하면 보통 “그런 건 설악산이나 지리산 같은 큰 산 갈 때 그렇게 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레이어링 시스템은 습관이 되어 있지 않으면 실천이 어렵다. 작은 산에서부터 습관화하는 게 중요하다. 수시로 벗고 수시로 입어 항상 몸을 건조한 상태로 유지하려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 등산객들은 한여름에도 장갑을 많이 낀다. 또 중년 여성들은 보기 흉한 얼굴 가리개를 쓰고 마주 오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도 한다. 이는 자기 피부를 보호하려고 심장을 괴롭히는 것으로 평균수명을 단축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런 식으로 등산을 하면서 건강해지길 바라는 건 무리다.

비 올 때 산에서 펀초 우의를 뒤집어쓰고 다니는 이들이 많다. 이것은 몸을 엄청 뜨겁게 하는 것이다. 물론 폭우가 심하다면 그래야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방수옷만으로도 충분하다.

사람들의 선입견 중 하나가 산에서는 비가 와도 우산이 필요 없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정규 등산로는 대부분 우산을 쓰고 걷기에 큰 무리가 없다. 우산만큼 비는 잘 막아주면서 통풍이 잘 되는 ‘옷’은 아직까지 없다. 위험한 구간에선 우산을 집어넣으면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어텍스’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방수·투습성 소재를 너무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산행시 땀을 많이 흘릴 때는 기능성 옷도 본래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고어텍스는 옷 안과 밖이 땀 수증기에 의해 젖으면 10분도 안 돼 효과가 없어진다. 그래도 꼭 입어야겠다면 앞 지퍼를 적당히 열어 내부를 말려야 한다.

하체는 우리 몸에서 추위에 가장 강한 편이다. 그래서 레이어링 시스템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폭우나 눈보라가 오는 악천후에는 레이어링 시스템을 적용해야 한다. 팬티와 브레지어 같은 속옷은 흡습·속건이 잘 되는 소재가 좋다. 그러나 겨울에 쿨맥스 같은 흡습·속건성 소재는 땀이 마를 때 차갑게 느껴지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

요즘 등산복들은 옷맵시를 강조하다 보니 몸에 달라붙는 디자인이 많다. 그러나 두 번째와 세 번째 레이어는 헐렁해야 한다. 보온효과는 공기층이 중요한데 옷이 달라붙으면 공기층도 달라붙어서 보온효과가 떨어진다. 일부 등산복 제조업자들 중에 이런 개념도 없는 이들이 있으나, 대체로는 알면서도 트렌드를 좇다 보니 그리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옷은 그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등산복들은 무한경쟁 속에서 매년 타사와 차별화된 신상품을 내놓으려 하다 보니 불필요한 디자인과 기능이 너무 많다.

클라이머들이 잘 놓치는 것은 옷을 다 챙겨 가지 않는 것이다. 배낭의 부피를 줄이는 데 신경 쓰다 보니 필수 요소를 빠뜨리는 것이다. 암벽은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든 혹독하게 변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여름에도 세 가지 레이어를 항상 준비해야 한다.

필자 같은 경우는 여름에도 발라클라바를 항상 가지고 다닌다. 그런 혹독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장갑이나 긴팔 옷이 불필요하게 느껴지고 여름 산에서 쓰더라도 딱 한 번 쓰겠지만 사고란 단 한 번 찾아오는 것이다. 언제 닥칠지 모를 악천후에 대비해 최악의 상황에서도 하룻밤 이상 버틸 수 있는 대비를 해야 한다.

손발을 추위로부터 지키는 방법

과거에는 보온장갑 소재로 울을 사용했지만, 투박하고 잘 줄어들어 지금은 폴리에스터 소재로 대체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착용이 편리하고 보온력이 좋은 소재도 역시 발라클라바와 같은 ‘폴라텍 파워스트레치’나 ‘윈드스토퍼’등이다. 윈드스토퍼는 플리스 원단에 고어텍스 필름을 접합해서 방풍과 어느 정도 방수기능까지 갖춘 원단이다.

보온 소재의 플리스 원단과 고어텍스를 겹쳐서 2겹으로 만든 장갑도 있다. 그러나 장갑도 레이어링 시스템의 원리를 적용해서 보온 레이어와 방호 레이어를 각각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보온용 ‘폴라텍 파워스트레치’ 장갑과 홑겹의 고어텍스로 만든 오버미튼(벙어리장갑 형태의 덧장갑)을 같이 휴대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각각 또는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벙어리장갑은 손가락끼리 열을 공유해서 손가락장갑에 비해 보온력이 좋다.

발의 보온에도 레이어링 시스템이 적용된다. 발에서 나는 땀을 잘 흡수하고 빨리 마르게 하기 위해서는 쿨맥스나 드라이플러스 같은 흡습·속건성의 소재로 된 속양말을 착용하고, 그 다음 두툼한 보온용 양말을 신는다.

세 번째 방호 레이어는 등산화와 스패츠라고 하는 게이터가 된다. 면양말은 땀을 잘 흡수하지만 잘 마르지 않고, 젖은 상태는 발의 온기를 더욱 빨리 외부에 빼앗기게 되어 매우 위험하다.

장갑이나 양말 그리고 옷이 땀이나 수분에 젖게 되면 단열효과를 주는 공기층 대신 물이 차지하게 되는데, 물은 공기보다 열전도성이 23배나 높아서 온기를 외부로 쉽게 빼앗긴다. 특히 젖은 양말은 동상의 위험이 있다. 노련한 등산가는 여벌의 장갑, 양말, 모자 등을 항상 배낭에 휴대한다. 젖었을 때는 빨리 마른 것으로 교환해 주어야 한다.

출처 : 이슬비의 집
글쓴이 : 이슬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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