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은 고사리 철, 미운 오름 탐방객… 송아지 살려줍써
[기고]김재호 회천 코끼리랜드 수의사
싱그러운 봄 내음과 함께 찾아온 제주의 고사리계절 .
소를 키우는 구좌읍 상도리 축산계장 정공삼(49)은 고사리 철이 반갑지 않다.
고사리를 꺾는 이들과 오름을 찾는 탐방객들이 무심코 버린 비닐, 고무 장갑 등
나일론쓰레기가 자식처럼 키운 송아지의 목숨을 앗아 가기 때문이다.
해마다 소 주인들은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목장에 버려진 비닐쓰레기 수거에 온 힘을 쏟지만
죽음에 이른 송아지를 수의사가 부검하여 위에서 비닐이나 고무장갑을 꺼내 보일 때 정공삼계장은 분통이 터진다.
소들은 생리적으로 몸에 필요한 무기물이나 전해질섭취 방법으로
쇠붙이나 비닐, 고무제품쓰레기를 맛나게 먹는 습성이 있다.
이를 외과적인 수술법으로 꺼내지 않는한 소들은 소화불량으로 시름 시름 앓다가 숨을 멈추고 만다.
오래전 고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이 판문점을 통하여 북한으로 몰고 간 소 때들이 숨을 거두었을 때
위속에는 예외 없이 나일론 끈, 비닐 등 고무제품쓰레기가 발견되었다.
이는 바다를 매립하여 조성한 서산목장에서 흙속에 묻혀있던 나일론쓰레기를 섭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사리를 채취하는 제주의 중 산간 들녘에는 60여개의 마을공동목장이 있다.
용눈이오름, 거미오름, 아부오름, 지그리오름 등 많은 오름들은 목장 안에 자리하고 있어서
제주의 소들은 비닐쓰레기 폭탄에 늘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요즘 소를 키우는 축산인들은 사료 값 폭등과 송아지값 하락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에는 소 브루셀라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2003년에 선포된 소전염병 청정지역 제주산 소들을
비싼 가격으로 다른 지방으로 실어 나르는 우상들이 앞 다투어 제주를 찾고 있다.
소전염병 없는 청정제주특별자치도의 자리를 오롯이 지켜낸 축산인들, 그들의 노고를 기억하자.
정공삼 축산계장을 비롯한 제주의 축산인들은 고사리를 꺾는 이들과 오름 탐방객들에게 애절하게 절규한다.
제발 비닐 고무 장갑등 나일론쓰레기를 목장에 버리지 맙써.
우리 송아지덜 살려 줍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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