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사는 야그/알 찬 야 그

첫째 둘째를 같은 학원에 보내지 마세요

by 오름떠돌이 2007. 5. 21.
 

첫째  둘째를 같은 학원에 보내지 마세요


[조선일보 2007-05-21 07:50]



심리학자 아들러는 첫째 아이를 ‘폐위된 왕’에 비유하였다. 첫째 아이는 동생이 태어남과 동시에 왕위에서 물러나게 된다. 왕의 권력을 빼앗긴 사람은 단순히 누리던 특권을 못 누리는 불편만 겪는 것이 아니다. 새로 등장한 왕이 언제 자신을 제거할지 모르기 때문에 늘 불안한 마음으로 경계를 하면서 살아야 한다.


반면 둘째는 태어날 때부터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게다가 첫째는 둘째에 비해 발달적으로 앞서 있기 때문에 아는 것도 많고 힘도 세다. 달리기 시합에서 저만치 앞서 있는 경쟁자를 쳐다보면서 숨을 헐떡이면서 쫓아가고 있는 것이 둘째의 모습이다.


이렇게 첫째와 둘째는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놓고 끊임없는 경쟁을 하게 된다. 형제간의 경쟁을 약이 되게 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첫째, 아이들 각자의 개성을 인정한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어도 저마다 기질과 재능이 다르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글을 잘 쓰는 아이가 있는 반면, 음감이 뛰어난 아이가 있다.


만일 부모가 학교에서 공부를 잘 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이들 모두에게 똑같이 많은 책을 읽도록 강요한다면 음감이 뛰어난 아이는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위축되기 쉽다. 하나의 기준이 아니라 여러 기준으로 아이들의 장점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둘째, 같은 학원이나 선생님에게 배우는 일을 피해야 한다. 첫째와 둘째에게 함께 피아노를 배우게 하기 보다는, 첫째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면 둘째 아이에게는 미술을 시키는 것이 낫다. 학원 선생님이나 과외 선생님이 같은 사람인 경우보다는 다른 사람인 경우가 낫다.


왜냐하면 같은 활동을 하거나 같은 선생님에게서 배우게 되면 자연스럽게 어느 아이가 조금 더 잘하거나 못하는 것을 기준으로 두 아이를 비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똑같이 배우는데 동생이 앞서간다거나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앞서 있는 형이나 언니를 쫓아갈 수 없다고 느낄 때 아이들은 인내력을 쉽게 잃는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발현하는 과정에서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금방 싫증 내고 포기하게 된다.


셋째, 아빠의 힘을 빌려라. 한 아이에게 집중해야 할 때 다른 아이들은 아빠와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첫째 아이와 엄마, 둘째 아이와 아빠, 이렇게 짝을 나누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필요하다.


다른 형제와 비교당하거나 경쟁하지 않고서 부모와 단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이에게 큰 행복감과 기쁨을 준다. 이런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부모가 다른 형제 못지않게 자신에게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진심으로 믿게 된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것은 부모의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전달됨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