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떠돌이 2025. 6. 2. 09:51

오름떠돌이, 까끄레기오름, 까끄래기오름_226, 각기래기, 各其來其, 오름이야기, 오름답사, 오름도장깨기, 오름후기, 가민베뉴3, Crop, Curves, Cut_Out, Poster_Edges,

 

까끄래기오름

 

출처 : 김종철의 오름나그네(1995)

"까끄래기(ᄀᆞ끄레기)_유화한 산용(山容)에 산상 火口".  까끄래기오름(약칭 까끄래기)은 교래리 하동의 산굼부리 바로 동쪽에 있다. 송당리 대천동으로 항하는 도로 연변이다. 희한한 분화구를 가진 이웃 산금부리의 명성에 가려 별로 알려지지 않지만 유화하고 가지런한 인상의 山容(산용)이 마을 뒷산 같은 정감을 주며, 이 오름도 소규모나마 산상 분화구를 가지고 있다. 표고 429m 까끄래기는 그 이름부터가 아리송하다. 까끄래기(까끄라기)라면 보리 등 농작물의 수염 또는 그 도막난 동강을 말하는데 그것과 어떤 인연이 있는 것인지, 있다해도 까끄래기를 제주말로는 ᄀᆞ스락(또는 ᄀᆞ시락)이라고 하지 까끄래기라고는 안하므로 ‘ᄀᆞ스락오름'이라고 했으면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마 'ᄀᆞ끄레기'의 와전인 듯하다. 제주방언에 방목에 관한 말로 'ᄀᆞ끄다' 또는 'ᄀᆞ꾸다'라는 말이 있다. 마소를 들에 놓아 살피면서 먹인다는 뜻이다. 'ᄀᆞ끄레 간다’하면 그런 목적으로 간다는 말이므로, 이 일대가 예로부터의 방목지임을 아울러 생각하면 'ᄀᆞ끄레...'에서 나온 이름이 아닌가 싶다.

 

산 위에 팬 굼부리는 둘레 500여m의 둥근 화구이며 오목접시 모양으로 많이 메워져 억새 따위가 무성하다. 남쪽 둘레의 국부적 파괴가 있었던 자리로 작은 골이 패어 내리고 거기엔 다소 나무가 우거져있다. 오름 기슭 북동쪽에 있었던 甘發來(감발래)라는 작은 마을은 없어진지 이미 오래나 지명은 그대로 살아 있다. '감발래'는 감발외(감발+외)의 와음으로, 이 지명은 그것이 한 두멧구석임을 실감나게 나타내고 있어 흥미롭다. 감발은 먼 길을 걷는 사람들이나 상일하는 사람들이 발에 감는 발감개, '외'는 사람이 거주하는 곳을 뜻하는 말로 날외(日果里)같은 마을 이름 아랫부분에 쓰이는 제주방언 특유의 어휘이다. 두메 깊숙한 곳이기에 출입하려면 감발을 하고 먼 들길을 걸어야 했던 감발외 , 지금은 미끈한 포장도로를 대소형 차량이 쏜살같이 스쳐 지난다.

 

교래리를 지나 대천동 교차로를 거쳐 송당리 쪽에 있는 오름을 갈 때마다 산굼부리를 지나자 마자 보이는 까끄래기오름, 산채도 멋있게 서있고 가고싶은 생각은 많았었지만 나홀로 떨어져 있어서 망설여 왔던 오름을 "도장깨기"란 명목으로 찾았습니다.

 

오름 들머리입니다. 표지판이나 안내 표식들이 깨끗하게 서 있고, 오르는 길이 야자수매트에 굵은 로프로 미끄러지지 않게 발디딤판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계단과 비교했을때 호불호가 많이 갈립니다. 개인적으로는 계단이 나을 듯 합니다.

 

5분여 정도 올라와 정상입니다. 둘레길(?)인 듯 보이는 표지판을 만나 왼쪽 정상방향으로 걷기 시작합니다. 

 

정상인 듯 산불감시 초소가 보입니다. 바닥에 지질측량 표지석과 분화구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고 외부 조망으로 부대악과 부소오름이 보입니다.

 

분화구 안에 "오씨"묘가 하나 있는데 묘비에는 각기래기(各其來其)라고 표시해 놓았네요...

 

서쪽으로 산굼부리와 그 뒤로 한라산이 시원하게 보입니다.